[스토리뉴스] 아이들의 눈으로 바라본 '슈퍼 블루문'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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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18-02-02 조회 3,317회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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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자매의 생애 첫 개기월식 "소원을 말해봐!" 【베이비뉴스 최대성 기자】
"또 슈퍼문이야?"
자장면을 앞에 둔 점심식사 자리. 잊을 만하면 찾아오는 슈퍼문 이벤트는 이제 식상한 소재가 됐습니다.
"35년 만에 슈퍼문, 블루문과 함께 개기월식을 볼 수 있는 이벤트야"라고 침을 튀겼지만 돌아온 반응은 '그래서?' 였습니다.
비록 어른들에게 '슈퍼 블루문 개기월식'이 생각보다 매운 자장면보다 놀랍지 못한 사건이 됐지만 적어도 이날 현장에서 만난
아이들에겐 세상에서 가장 큰 이벤트가 됐습니다.
지난 31일 밤. 한 가족이 서울 노원구 노원우주학교서 월식강연을 들은 후 실제 개기월식 관측 체험을 위해
중계근린공원을 향합니다. 진귀한 이벤트에 기대가 컸던 탓인지 두 딸과 엄마 아빠의 발걸음에 설렘이 묻어있습니다.
"우와! 얘들아 슈퍼문이야!"
공원 입구에 접어들 무렵, 엄마가 휘영청 밝은 달을 가리키며 외칩니다.
한옥타브 높아진 엄마 목소리에 동생 지희(7)와 언니 다희(8)도 눈을 동그랗게 뜨고 망아지처럼 뛰어다닙니다.
"사실 아침에 날씨가 흐려서 안 오려 했는데 다희가 졸라서 왔어요.
걱정을 많이 했는데 생각보다 달이 선명해서 너무 다행이에요."
두 딸의 아빠는 기뻐하는 아이들을 바라보며 행복함을 감추지 못합니다.
그사이 아이들은 슈퍼문을 볼 수 있다는 기쁨에 나비처럼 팔랑거리며 공원 내 관측 장소로 내달립니다.
31일 밤. 서울 노원구 노원우주학교 앞 중계근린공원에서 열린 슈퍼 블루문 개기월식
공개관측 행사에 많은 시민들이 참여하고 있다.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영하의 날씨에도 많은 사람이 모였습니다.
노원우주학교서 마련한 관측 망원경 뒤로 긴 줄이 생겼습니다. 꽤 오랜 시간 기다려야 할 것 같습니다.
행사 관계자는 지금까지 대략 시민 1000명이 다녀갔다고 귀띔합니다.
우주를 향한 사람들의 관심이 생각보다 뜨겁습니다.
사람들은 대형 스크린을 통해 실시간으로 달의 모습을 보며 차례를 기다립니다.
화면을 뚫어져라 바라보던 지희의 눈동자에도 슈퍼문이 담깁니다. 그리고 잠시 후 맞이한 체험의 시간!
다희가 제 몸보다 커다란 망원경으로 슈퍼 블루문을 관찰합니다.
동생 지희는 마냥 신난 얼굴입니다. 긴 기다림 끝에 생애 첫 슈퍼 블루문 개기월식을 체험한 아이들에게 소감을 물었습니다.
한껏 들뜬 아이들이 "너무 신기하고 예뻤어요!"라고 재잘거립니다.
그렇게 광활한 우주공간에서 벌어진 신기한 이벤트는 순식간에 아이들을 매료시켰습니다.
아이들은 내친김에 두 손을 모으고 소원을 빌어봅니다.
차분한 언니 다희는 글을 잘 쓰는 작가와 기자가 되고 싶답니다. 애교쟁이 동생 지희는 기자 삼촌에게 귓속말로 꿈을 전합니다.
"얼렁뚱땅 영어 선생님이 되고 싶어요. 그리고 천 살까지 오래오래 살고 싶어요."
부모의 소원도 특별합니다.
곧 육아휴직을 마치고 교직에 복귀하는 엄마는 함께 초등학교 입학을 앞둔 막내딸 지희가 잘 적응하길 소원합니다.
복직하는 엄마를 대신해 조만간 육아휴직을 시작하는 아빠는 아이들을 잘 돌보고 싶다는 소망이 있습니다.
21시 51분에 시작된 개기월식이 22시 29분께 절정을 이룹니다.
지구 그림자에 달이 완벽히 묻히자 유일하게 지구의 대기를 통과한 긴 파장의 붉은 색이 달을 선명하게 물들입니다.
개기월식을 관측하기 위해선 고성능 망원경이 필요합니다.
그러나 자세히 보니 아이들의 눈동자 속에 이미 은하계가 담겨 있었습니다.
슈퍼문은 물론 글을 잘 쓰는 작가와 천 살까지 장수하는 얼렁뚱땅 영어선생님도 보입니다.
한 아이가 31일 서울 노원우주학교 스페이스홀에서 열린 월식강연을 환하게 웃으며 듣고 있다. 최대성 기자 ⓒ베이비뉴스
이날, 무엇이든 꿈꿀 수 있는 다희와 지희 자매를 보니 새삼스럽게 아이들의 무한함을 깨닫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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