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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문후기

241129 성인야간관측 프로그램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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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4-11-30 조회173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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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방문 동기

서울에서 나고 자라, 그 흔한 조부모님 시골도 가본 적이 없는
저는 별에 대한 특별한 추억이 없어요.

그저 매체에서, 혹은 창작물에서 묘사하는 별에 매료되어 막연한 환상만 가질 뿐이었죠.
그건 어떤 곳에서는 어린 시절에 대한 추억과 그리움이기도 했고,
닿고자 하는 꿈이기도 했고,
가치 있는 소중한 존재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제 서울 하늘은 언제나 어두웠습니다.

그 하늘처럼 별 볼 일 없는 사람이 되었다고 생각하게 된 요즘이었어요.

누군가는 밤하늘이 한없이 아름답다고들 하는데, 저에겐 보이는 게 없으니
모든 게 불만이었죠.
언제부턴가 저는 만성적으로 별 보러 가고 싶다는 생각을 하면서 살았습니다.

그 영향일까요,
얼마 전에는 다니던 직장도 힘에 부쳐 관뒀습니다.
간혹 우울한 쪽으로 빠지긴 해도, 혼자 생각할 시간은 많더라구요.
다시 별에 관한 창작물, 이야기들에 빠질 무렵이었습니다.

'저 사람들은 대체 뭘 봤길래 저런 노래들, 이야기들을 만들 수 있었을까...'
이게 뭐라고 이제 와서 궁금해지더라구요...
저도 보고 싶었어요.
본다고 해서 뭔가 달라질 게 아니란 건 알고 있었지만...
지금이 아니면 볼 수 없을 것 같은 위기감에 사로잡혔습니다.
그날부터 별에 대해 막연히 알아보기 시작했어요.

어딜 가면 별이 잘 보일까 알아보던 와중 일단 한 번 보라고 많이들 얘기하시더라구요.
근처 천문대라도 가보라더군요.
왜 그 생각을 못했을까요?
천체 관측이 어떤 건지 한 번 알고 싶으면 천문대라도 가봤어야 했는데...
그렇게 찾아보다가 노원천문우주과학관과
매월 마지막 주 금요일에 진행하는 성인대상 야간관측을 보고 그 자리에서 신청했습니다.

날이 흐리면 관측이 불가할 수 있다는 문구를 보고 내심 불안하긴 했어요.
11월 마지막 주의 날씨는 갑작스런 폭설로 내내 흐렸거든요.
하지만 시의가 너무 적절해서 도박을 좀 해보기로 했어요.
하다못해 못 보게 되더라도 지식이라도 조금 쌓아갈 수 있겠지 싶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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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프로그램 내용

제가 신청했을 때는 몇 분 신청하지 않은 줄 알았는데, 가보니 오신 분들이 상당히 많아서 놀랐어요.
여러분들이 오신 분들도 계시고, 커플로 오신 분들도 계셨습니다.
이 때는 왔는데 못 볼 수도 있다는 불안감 때문이었는지
그렇게 신난 상태가 아니었어서 사진이 많이 없네요ㅎㅎ;

1부인 천문강의에서는 11월에 대표적으로 볼 수 있는 별자리와, 별자리에 얽힌 이야기들을
천장에 달린 돔 스크린을 통해 시각자료와 함께 설명해주셨습니다.
강사님께서 설명을 어찌나 잘해주시던지 미리 준비해두신 녹음본인 줄 알고 깜짝 놀랐네요.^^;
머리에 쏙쏙 박히게 읊어주신 카시오페이아 자리, 안드로메다 자리, 페르세우스 자리 등은 오래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습니다.

이어서 관람객이 투표를 통해 보고 싶은 천체 현상 하나를 들어볼 수 있었습니다.
저희는 블랙홀을 가장 많이 보고 싶어하셔서, 블랙홀에 대해 들어볼 수 있었습니다.

2부는 천체 상식 퀴즈 시간이었어요.
상품도 함께 준비해주셔서 다들 열의를 갖고 참여해주시더라구요.
짧게나마 벼락치기 한 지식들과 앞서 강사님께서 말씀해주신 내용들 덕분인지,
무려 4등으로 마무리했습니다.
이렇게 열심히 퀴즈를 다같이 풀어본 게 언제인지... 감상에 젖게 되더라구요 : )

마지막으로 3부는 고대하던 관측 시간이었습니다.
강사님 지도 하에 5층에 올라가 실제 밤하늘을 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나올 때 가졌던 우려와는 무색하게 날이 굉장히 맑아졌더라구요.
(날씨는 많이 추웠지만요.^^; 관측을 고려하시는 분이라면, 꼭 단단히 껴입고 오시길)

사실 저는 망원경으로 볼 생각만 하고 있었지, 육안으로는 볼 생각도 하지 않았었어요.
날이 아무리 좋다 한들 제 하늘은 올려봐봤자 서울 하늘이었으니까요.
그런데 강사님께서 하나하나 짚어가면서 말씀해주시는데,
있더라구요... 별이...

카시오페이아 자리, 목성, 북극성, 카펠라...

이 때 제가 느낀 감정을 어떻게 설명드릴 수 있을까요?

저는 별을 보는 게 어떤 특별한 장소에 나가거나,
특별한 장비가 있어야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볼품없는 일상에서 벗어나고 싶어서 별을 보고 싶다고 생각한 건지도 모르겠어요.
하지만, 제 하늘에도 별이 있었네요...

여러 대의 망원경을 돌아가면서 보고,
렌즈 너머 보이는 플레이아데스 성단, 토성의 고리와 위성도 너무 신기했지만,
저는 아직까지도 그 때 느꼈던 공기와 밤하늘이 선명하게 기억에 남아요.

절대 잊지 못할 경험이었습니다.
아마 이때 보았던 밤하늘은 절대 잊지 못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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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관람을 마치고...

늦은 시간까지 모든 질문에 성심성의껏 답변해주시고,
매 강의에 열과 성을 다해주시는 게 느껴졌습니다.
비록 노원천문우주과학관의 직원분들, 강사님들의 노고에 비하면 부족하지만,
이 감사함을 표할 길은 그저 부족하게나마 보고 듣고 느낀 것을 적는 것 뿐이란 걸 알기에...
이렇게 방문후기를 작성하고 갑니다.

조금이라도 여러분들께 이 글이 보람을 드릴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그 때 뵀던 직원분들, 강사님들이 보시면 더욱 좋구요^^

볼품없다고 느꼈던 제 하늘 속에서 별을 찾아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이제는 방향을 좀 알 것 같습니다.
더 많은 별과 밤하늘이 보고 싶어졌어요.

앞으로도 자주 방문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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